2009년 8월 20일 목요일

믿지만 믿지 않는 사람

한번은 머리를 깍으러 간 적이 있습니다. 머리를 깍으시는 분은 아주 명랑하고 말을 재미있게 하는 분이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그런 분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 분은 여러가지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자연스럽게 그 분이 다니시던 교회 이야기를 많이 하셨습니다. 여러가지 자신이 좋아나는 것들 그리고 다른 면으로는 싫어하고 고쳤으면 하는 것들, 교회에서 놀러가서 일어났던 일들 ... 심각하지 않고 사소한 여러가지 이야기는 저를 편안하게 만들어주었고 그 이야기를 통해 이 분은 교회를 오래 다녔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고 한편으론 교회 모임이 마음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 이야기들을 듣고 있던 다음 순간, 제 마음에는 제가 생각하고 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생각이 들어왔습니다.

"이 여자는 나에게 단 한번도 기도하지 않는 자다"

너무 강하게 마음에 울려퍼져서 이것이 성령님의 음성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나보고 어떻게 하시라는 건지 ... 지금까지 즐겁게 이야기를 듣고 있었고 그 분 삶의 작은 부분나마 이해하게 되었고 또 좋아하게 되었는데 ... 그런 분을 향해 당신은 단 한번도 기도하지 않는 자라는 것을 도대체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요?

사실 내 마음의 그 음성이 성령님의 음성이 맞을까 조바심이 나지만 말하지 않을 수 없도록 내 마음을 사로잡는 그것을 어떻게 거부할 수 있을까요?

그 음성때문이 아니라도 해도, 마치 달콤한 초콜렛을 입안 가득 머금고 종달새처럼 명랑하게 지저귀고 있는 사람에게 한 숫가락의 소금을 입안에 퍼넣는 것과 같은 행동을 차마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또한 그 분이 그 말을 듣고 돌변하여 나의 뺨이라도 갈기면 하는 여러가지 생각이 머리를 다 깍고 내가 자유의 몸이 될때까지 내 마음을 혼란하게 만들었습니다.

드디어 머리를 다 깍은 순간 나는 담대하게 말했습니다.

"자매님, 태어나서 한 번도 기도하지 않으셨지요?"

물어보았다기보단 한번도 기도하지 않았다는 것을 선언한 셈이다. 그 분은 얼굴이 붉어지며 대번에

"내가 왜 기도를 안했다고 생각합니까? 지금까지 우리가 한 이야기는 도대체 무엇입니까?"

나는 참으로 난감했지만 다시 물었다.

"밥 먹을 때 하는 식사 기도나 교회에서 시켜서 하는 대표기도 같은 것 말구요, 혼자계실 때 하나님을 생각하며 내 인생을 돌봐주십시오 하는 그런 기도 있지않습니까?"

그 분의 질문에 막연히 성령님이 나에게 말씀하셨다고 대답하고 싶지는 않았다. 내 마음의 음성이 성령님으로부터 온 것인지 아닌지 확인할 시간도 없었고, 사실 확인할 수도 없지만 말이다. 하지만 성령님이 나에게 좋은 길로 인도해 주시리라는 것, 그리고 성령님이 쉬실(?) 때라도 나로 하여금 마귀의 음성을 듣고 행동하게 가만 놓아두지는 않으시리라는 것은 늘 생각하고 있는 부분이었다.

잠시 답을 기다리며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그 머리를 깍으시는 분은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는 것이 아닌가? 무서워하는 것같았으며 울면서 나에게 어떻게 알게 되었냐고 물어왔다. "성령님이 말씀하셨습니다" 라고 대답해주었다. 나는 그 날 성경의 한 구절(주1) 말씀을 살아있는 사람의 입을 통해 듣게 되었다.

"그럼 내가 이제 어떻게 해야 됩니까?"

우리는 두 손을 잡고 하나님께 기도했다. 나같은 죄인을 살려주시려고 십자가에 올라가신 하나님이신 예수님이 우리의 마음에 들어와 주시라고 ... 그 하나님이 이 자매님의 삶을 지금부터 인도해 주시라고 ... 그리고 앞으로는 하나님을 믿고 기도할 수 있는 믿음을 주시라고 ... 그 분이 인생에서 하나님께 처음으로 기도드리는 그 순간에 하나님은 웬일인지 미장원 내의 다른 손님들 조차 모두 없게 하시고 울면서도 남 눈치를 보는 우리들이 자신에게 드리는 기도를 충만하게 해주셨다.

예수를 믿으면 구원을 받습니다. 문제는 당신은 예수를 믿습니까?

우리는 흔히 예수님을 닮아가는 삶이라는 말을 많이 듣게 되고 하게 됩니다. 그 말이 틀린 말은 분명 아닐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얼마만큼 타락한 죄인이고 내가 닮으려고 하는 예수님이 바로 하나님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차마 "예수님을 닮아가는 삶"이라는 말을 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예수님이 함께 해주시는 삶, 그 분의 피가 나의 부끄러움을 가려주는 가죽옷이 되어 주는 그것이 진정한 우리의 삶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이는 내 능력이 약한 데서 온전하여짐이라 하신지라 그러므로 도리어 크게 기뻐함으로 나의 여러 약한 것들에 대하여 자랑하리니 이는 그리스도의 능력이 내게 머물게 하려 함이라 (고린도 후서 12:9)



주1) 사도행전 2:36-40
그런즉 이스라엘 온 집은 확실히 알지니 너희가 십자가에 못 박은 이 예수를 하나님이 주와 그리스도가 되게 하셨느니라 하니라
그들이 이 말을 듣고 마음에 찔려 베드로와 다른 사도들에게 물어 이르되 형제들아 우리가 어찌할꼬 하거늘
베드로가 이르되 너희가 회개하여 각각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고 죄 사함을 받으라 그리하면 성령의 선물을 받으리니
이 약속은 너희와 너희 자녀와 모든 먼 데 사람 곧 주 우리 하나님이 얼마든지 부르시는 자들에게 하신 것이라 하고
또 여러 말로 확증하며 권하여 이르되 너희가 이 패역한 세대에서 구원을 받으라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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